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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로 배우는 유아교육 팁 (감정, 언어, 창의력)

by 몽실뭉실 2025. 7. 21.

놀이로 배우는 유아교육 팁 (감정, 언어, 창의력)관련 사진

나는 엄마가 아니다.
밤마다 잠투정하는 아이를 재워본 적도 없고, 내 이름을 “엄마”라고 부르는 사람도 없다.
하지만 매일 아침, 누군가의 엄마가 내게 아이를 맡기고 간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나는, 하루의 엄마가 된다.

어린이집 교사로서 나는 오랜 시간 놀이를 통해 아이들을 바라봤다.
놀이라는 건 단지 재미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
감정과 언어, 창의력이 태어나는 토양이라는 걸.

이 글은 이론서가 아니다.
대학에서 배운 유아교육 철학보다,
현장에서 울고 웃는 아이들과 나눈 진짜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그리고 내가 마주한 감정, 아이가 건넨 언어,
그 순간 피어난 창의력의 불꽃들을 나누고 싶다.


감정을 다루는 놀이: 눈물이 말이 되기 전에

나는 아이의 눈물을 가볍게 넘기지 않는다.
한 아이가 나무블록을 쌓다가 무너뜨린 후 눈물을 터뜨렸다.
그건 단순히 블록 때문이 아니었다.
무너짐에 대한 좌절, 실패를 마주하는 감정, 그게 아이의 눈에 고인 것이었다.

그날 나는 아무 말 없이, 똑같은 블록을 하나 옆에 놓고 쌓기 시작했다.
아이는 내 눈치를 보더니 다시 시작했다.
그리고 우린 아무 말도 없이, 나란히 블록을 쌓았다.

감정을 가르치기 위한 놀이가 따로 있는 건 아니다.
놀이 안에서 함께 있는 것, 그것 자체가 감정을 다루는 교육이 된다.

현장에서 감정 표현을 유도하는 놀이 예시:

  • 감정 그림 카드: 아이가 고른 표정으로 오늘 기분 이야기하기
  • 감정 주사위: 화남, 기쁨, 놀람 등 그림을 보고 상황극으로 풀어내기
  • “내 마음 나무” 만들기: 나뭇가지에 감정 단어를 붙이고 그날 기분 달기

감정은 누르거나 지시할 수 없다.
놀이가 감정을 말할 수 있게 도와주는 언어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아이는 자신의 마음을 낯설어하지 않는다.


언어를 깨우는 놀이: 말보다 먼저 오는 것들

언어는 입이 아니라 귀와 눈, 그리고 몸 전체로 배운다.
나는 특히 말이 느린 아이들과 함께할 때, 놀이가 얼마나 놀라운 도구인지 매번 체감한다.

예를 들어, 소꿉놀이에서 아이는 “엄마, 밥 먹어요”라는 문장을 배우지 않는다.
그 문장 속 상황, 어조, 감정, 순서를 온몸으로 익힌다.
그러다 어느 날, 혼자서도 그 말이 튀어나온다.
언어는 그렇게, 경험 속에서 자란다.

언어 발달을 자극하는 놀이 아이디어:

  • 인형극 만들기: 자신이 목소리를 맡은 인형의 감정과 말을 창작
  • 주제별 그림책 연계 놀이: 책 속 캐릭터 놀이 후 같은 문장 말해보기
  • 소리 탐정 놀이: 일상 속 소리 듣고 따라 말하기 (쨍그랑, 똑똑, 쉿)

나는 가끔 학부모에게 말한다.
“아이는 단어보다 이야기로 자랍니다.”
말을 가르치기보다 상황을 함께 겪는 놀이가 더 풍성한 언어 경험이 되니까.


창의력을 피우는 놀이: 정답 없는 시간의 힘

창의력은 뭔가 대단한 결과를 만드는 능력이 아니다.
아이가 스스로 방향을 정하고, 시도하고, 실패해보는 시간 속에서 피어난다.

가끔 교실을 어지럽히는 아이가 있다.
색연필을 책상에 눕혀 모양을 만들고, 스티커를 창문에 붙이기도 한다.
예전엔 “정리정돈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건 이 아이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 중 하나라는 걸 알게 됐다.

창의성을 키우는 놀이법:

  • 자유 재료 구성 놀이: 종이, 끈, 병뚜껑 등으로 자신만의 ‘작품’ 만들기
  • 반응 없는 질문 던지기: “이걸 왜 이렇게 했어?” 대신 “이건 누구일까?”라고 묻기
  • 즉흥 그림 연결하기: 교사가 선 하나 그리면 아이가 상상해 이어 그리기

중요한 건 ‘무엇을 만들었는가’가 아니라
그 시간 동안 아이가 어떤 생각을 품었고, 어떤 시도를 했는가다.


나는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자라는 사람’이다

놀이를 가르친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오히려 나는, 놀이 안에서 아이와 함께 배우는 사람이다.
아이들이 감정을 말하는 법을 배우는 동안,
나는 말 없이 기다리는 법을 배웠다.
아이들이 언어를 배우는 동안,
나는 말보다 중요한 ‘침묵의 리듬’을 알게 됐다.
아이들이 창의력을 키우는 동안,
나는 정답 없는 하루의 아름다움을 경험했다.

나는 자녀가 없지만, 매일 누군가의 자녀와 살아간다.
그리고 그 아이들을 통해 나도 사람이 되어간다.
이게 내가 교사로서 살아가는 이유고,
놀이가 삶의 언어라고 믿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