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특히 영유아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쉽지 않으면서도 뜻깊은 여정입니다. 저는 결혼하지 않았고 자녀도 없지만,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면서 수많은 아이들과 여름을 함께 보내왔습니다. 이 글은 제가 직접 경험한 여름철 아이들과의 루틴을 바탕으로, 현실적이고 공감 가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하루지만, 조금만 신경 쓰면 아이도 보호자도 웃을 수 있는 여름을 만들 수 있습니다.
[놀이: 여름엔 ‘지루할 틈’이 없어야 해요]
영유아는 하루 대부분을 ‘놀이’로 살아갑니다. 그러나 여름은 너무 덥거나 비가 와서 실외 놀이가 어렵기 때문에, 실내 놀이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죠. 제가 어린이집에서 자주 활용하는 방법은 테마형 놀이입니다. 예를 들어 ‘바닷속 탐험’이라는 주제를 정하고, 파란 색종이로 물고기를 접고, 종이컵으로 잠수함을 만들어보기도 합니다. 그날은 실내가 바다가 되고, 아이들은 작고 용감한 탐험가가 됩니다.
간단한 도구만 있으면 무한한 세계가 열려요. 풍선, 빨대, 수건 하나만으로도 ‘놀이’는 만들어집니다. 놀이의 핵심은 완성도가 아니라 참여하는 아이의 표정이죠. 땀이 나고, 수건이 엉망이 되어도 괜찮아요. 놀이가 끝나면 아이는 스스로 정리하는 법도 배우게 됩니다.
부모님 입장에선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사실 하루 15분만 집중해도 아이에겐 큰 경험이 됩니다. 실내에서도 여름은 충분히 흥미진진할 수 있다는 걸, 저희 반 아이들이 매년 증명하고 있어요.
[일상: 여름철 루틴, 변형보다 ‘유지’가 핵심입니다]
여름방학이라 해서 아이들의 생활리듬이 바뀌는 건 위험한 신호일 수 있습니다. 어린이집에서는 여름에도 최대한 ‘일관성’을 유지하려 노력합니다. 9시에 등원하면 9시 반 간식, 10시 놀이, 11시 자유시간... 이런 식의 루틴은 아이의 심리적 안정감을 만들어주기 때문이죠.
가정에서도 이 원칙을 조금만 참고하면 큰 도움이 됩니다. “오늘은 집이니까 늦잠 좀 자자”가 반복되면, 방학 이후 적응에 큰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도 봤어요. 일상은 아이의 뿌리 같은 역할을 합니다. 너무 바꾸려고 하지 말고, 유지하려고 해보세요. 그게 결국 보호자의 에너지도 아끼는 길이 됩니다.
제가 추천하는 방법은 ‘미니 시간표’ 만들기예요. 아기자기한 그림으로 그날의 활동을 표시하면, 아이는 스스로 하루를 인식하게 됩니다. ‘자기 주도성’은 이런 작은 실천에서 자랍니다. 특히 더운 여름일수록, 예측 가능한 하루는 아이에게 시원한 그늘 같은 안정감을 줍니다.
[식사: 여름철 이유식과 간식, ‘온도’가 말해줍니다]
여름철 식사는 정말 민감합니다. 어린이집에서는 매일 메뉴에 신경을 곤두세우게 되죠. 가장 큰 기준은 ‘온도’입니다. 뜨거운 음식보다 미지근하거나 차가운 식사가 아이 입맛을 자극하고, 보관도 더 수월합니다. 특히 이유식은 꼭 소량씩 자주 나눠주는 걸 추천해요. 한번 데운 걸 계속 두는 건 여름에 매우 위험하거든요.
또한 수박, 참외, 오이 등 수분이 많은 간식은 필수예요. 하지만 너무 차가운 음식은 소화가 어렵기 때문에, ‘살짝 시원한 정도’를 유지하는 게 좋습니다. 저희 반에서는 냉장고에 넣어둔 후 실온에 10분 정도 꺼내놓고 제공합니다.
가정에서도 유사한 방법을 쓰시면 좋아요. 아이가 싫어하는 음식도 여름철에는 ‘모양’이나 ‘온도’만 달리해도 잘 먹는 경우가 많아요. 얼음 얼린 요구르트를 약간 녹여 스푼으로 떠먹게 해주면, 아이들은 그걸 간식이라기보다 놀이처럼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결국 여름철 식사는 ‘재미’와 ‘안전’ 사이의 균형이에요. 그걸 매일 찾아가는 게 보호자의 몫이자 보람이겠죠.
여름방학은 아이들에게는 자유의 계절이지만, 보호자나 교사에게는 책임의 계절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너무 무겁게만 받아들이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실내놀이 하나, 하루 루틴 하나, 식사 습관 하나가 아이의 여름을 충분히 특별하게 만들 수 있으니까요.
저처럼 어린이집 교사도 매년 여름을 새롭게 배워가고 있습니다.
당신만의 여름 루틴을 하나씩 만들어보세요. 아이와 함께 웃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