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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령별 영유아 발달 놀이법 (인지, 감각, 신체)

by 몽실뭉실 2025. 7. 21.

월령별 영유아 발달 놀이법 (인지, 감각, 신체)관련 사진

나는 자녀가 없다. 결혼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매일 아침, 내 이름을 불러주는 작은 손들과 눈을 마주치며 하루를 시작한다.
어린이집 교사라는 이름으로 살아간다는 건,
단지 아이를 돌보는 일이 아니다.
하루의 일부를 아이와 함께 호흡하고, 발달의 한 장면에 함께 서는 일이다.

이 글은 부모가 아닌, 영유아 교사로서의 시선으로 풀어낸 놀이와 발달 이야기다.
매일 다른 표정을 가진 아이들 속에서, 나는 ‘정답’ 대신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배우고 있다.
놀이란 누가 누구를 가르치는 일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해가는 과정이라는 걸
나는 아이의 손끝에서 매일 새로 배운다.


인지 발달 중심 놀이: 생각은 놀이 안에서 자라난다

어린이집 현장에서 가장 놀라운 순간은,
한 아이가 전에는 이해하지 못하던 규칙을 어느 날 스스로 적용해버리는 그 찰나다.
예를 들어, 블록을 색깔대로 정리하거나, 선생님의 말에 따라 차례를 기다리는 순간.
그건 단순한 훈육이 아니다.
아이가 ‘생각’을 시작했다는 증거다.

인지 발달 놀이를 계획할 때 나는 ‘결과’보다 ‘과정’을 더 중요하게 본다.
정답을 맞히는 아이보다, 실수하며 질문하는 아이가 훨씬 더 많이 자란다는 걸
오래 관찰한 끝에 알게 되었다.

현장에서 자주 활용하는 인지 놀이

  • 3~6개월 유아반:
    얼굴 표정 따라 하기, 선생님이 눈 크게 뜨면 아이도 흥미를 느끼고 따라 한다.
    초기 모방 행동은 인지의 문을 여는 열쇠다.
  • 6~9개월 유아반:
    까꿍놀이, 뒤에 숨은 장난감 찾기
    대상 영속성 개념을 형성하는 시기
  • 9~12개월 유아반:
    소리 나는 상자 열기, 물건 이름 맞히기
    ‘원인-결과’ 사고력과 어휘 연결 능력

나는 놀이 중 아이가 한순간 멈추고 생각할 때, 그 틈을 절대 방해하지 않는다.
교사는 아이보다 빨리 움직이려 하지 말고, 그 아이의 생각이 ‘자리 잡을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해야 한다.
놀이란 결국, 생각의 공간을 열어주는 일이다.


감각 중심 놀이: 오감이 말보다 먼저 세상을 배운다

감각 놀이를 진행하면 아이들의 표정은 가장 솔직해진다.
좋은 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싫은 건 고개를 팍 숙이며 온몸으로 표현한다.
이 반응들은 말보다 훨씬 빠르고 깊다.
그래서 감각 놀이는 언제나 존중이 먼저여야 한다.

특히 민감한 아이는 특정 질감에 대해 과민하게 반응한다.
예를 들어, 젤리처럼 부드러운 촉감이나 쌀알처럼 까끌한 감촉을 싫어하는 아이들이 있다.
이럴 때 억지로 시도시키지 않는다.
먼저 관찰하게 하고, 천천히 다가가게 해주는 ‘느린 놀이’가 정답이다.

내가 현장에서 자주 사용하는 감각 놀이

  • 0~3개월: 부드러운 솔로 팔 안 쓰다듬기
  • 4~6개월: 색천 천천히 흔들기 → 시선 집중 유도
  • 6~9개월: 알갱이 담긴 봉지 만지기, 촉감책 읽기
  • 9~12개월: 물에 손 담그기 놀이, 종이 질감 구분하기

나는 가끔 **“우리 반 아이들은 매일 세상을 처음 만난다”**는 말을 동료들과 나눈다.
그래서 우리는 교사라기보다 안내자에 가깝다.
아이들의 손끝 감각 하나하나가 세상을 새로 써 내려가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신체 중심 놀이: 움직임 안에서 아이는 자기 몸을 배운다

어린이집에서 매일 아이들을 지켜보며 나는 느낀다.
아이는 몸을 통해 자라고, 움직임으로 자신을 알아간다는 것을.
특히 생후 6개월 이후부터는 **움직임 그 자체가 ‘발달 기록’**이 된다.

어떤 아이는 기기보다 앉는 걸 먼저 하기도 하고,
어떤 아이는 일어서기 전에 서서히 물건을 던지기 시작한다.
정형화된 기준이 아니라, 각자의 리듬에 맞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교사로서 자주 설계하는 신체 놀이

  • 3~6개월: 발바닥에 천 살짝 대기 → 발차기 유도
  • 6~9개월: 낮은 쿠션을 기어넘기기
  • 9~12개월: 장난감 따라 기어가기, 작은 박스 옮기기

나는 아이가 스스로 한 발짝 나아가는 그 순간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우와, 너 스스로 옮겼네!”, “지금 네가 움직였어!”
그 작은 피드백이 아이에겐 ‘나 자신에 대한 인식’을 만드는 결정적 순간이 된다.
교사로서 아이의 몸이 움직이는 순간은, 그저 신체 활동이 아니라
‘자기 몸을 가진 존재’라는 감각을 키워주는 일이다.


나는 아이가 아니라, 놀이 안에서 ‘관계’를 키우는 교사다

어떤 날은 지치고, 어떤 날은 말도 안 통하는 듯하다.
하지만 분명한 건, 나는 이 아이들과 매일 놀이의 언어로 연결되고 있다는 것이다.

자녀가 없어도 괜찮다.
나는 그 누구보다 많은 아이와 눈을 맞추고, 손을 잡고, 삶을 나누고 있다.
놀이란 아이에게만 필요한 게 아니다.
그 안에서 나 또한 ‘사람’으로서 더 나은 존재가 되어간다.

그리고 지역사회에서, 나는 단지 보육자가 아니라
아이들의 삶을 처음 함께 짓는 첫 번째 어른이다.

그 책임은 무겁지만,
그만큼 놀이라는 이름으로 서로의 삶에 스며드는 일은 귀하고 가치 있다.